강남구 도산공원 인근, 독특한 간판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뚜기 후추통과 닮은 디자인, '순후추네' 이름의 간판, 순후추로 요리한 메뉴와 후추통으로 꾸민 장식물 등. 삼겹살 맛집으로 유명한 '꿉당'의 강진현 대표가 창업한 매장으로 최근 오뚜기 순후추 50주년을 맞아 콜라보 팝업을 진행했다. 또 다른 핫플인 용산구 한남동에선 하겐다즈가 최초 크로플을 개발한 카페 '아우프글렛'과 팝업스토어 '마이 리틀 피스타치오 트리'를 선보였다.
오뚜기와 하겐다즈는 왜 로컬 매장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팝업스토어를 기획했을까? 1차적으론 '역사 깊은 브랜드가 젊어지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두 브랜드는 맹목적으로 젊음을 쫒지 않았다. 긴 세월 지켜온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는 무대로 로컬 매장을 선택했다.
F&B 대기업은 자사 제품과 관련된 시그니처 메뉴를 보유한 식당을 '전시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광고나 맛으로만 설득시키기 어려운 원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효하다. 오뚜기 순후추의 원 메시지는 오랫동안 즐거운 맛을 선사하는 '더 진한 진심'. 오뚜기는 그 진심을 새롭게 소구하기 위해 연남, 성수, 방배의 핫한 카페들과 후추로 만든 커피 및 젤라또 등을 내놓기도 했다.
F&B 대기업과 로컬 매장의 콜라보 팝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에게 효과적인 마케팅인데다, 자사 브랜드와의 연결점도 분명한 로컬 매장은 F&B 대기업이 탐낼만한 창구일 수밖에 없어서다. 2024년에도 로컬 매장을 찾아다니는 F&B 대기업들의 발걸음은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